봄이 되면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입니다. 잦은 나들이로 인해 몸과 눈은 호강하겠지만 부족해지기 쉬운 지식 나들이도 틈틈이 해야겠습니다. 3월에 권하고 싶은 한국경제 구은서 기자의 추전 책을 소개합니다.
「고객의 탄생」
20대 디자이너 페트리샤 무어는 왜 '80세 몸'으로 3년을 살았나?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역지사지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물이 끓으면 소리 나는 주전자, 출입문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손 다칠 걱정을 줄인 채 감자를 손질할 수 있는 일자형 감자칼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요긴하게 사용하는 이들 상품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가. 모두가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의 발명품이다.
무어는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을까. 비결은 역지사지를 몸소 실천한 데 있다. 20대였던 그는 특수 분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80대 노인으로 살아봤다.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일부러 시력을 떨어뜨리고 걸음걸이를 불편하게 한 채 3년간 100여 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최근에 출간된 「고객의 탄생」에는 이처럼 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성과가 담겨 있다. '고객이 중요하다', '고객처럼 생각하라'는 말은 뻔하다. 그러나 이 책은 풍부한 사례를 통해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해 준다.
예컨대 미국 도미노피자 체인 중 유난히 매출이 좋았던 한 점포가 있었다. 이 점포는 단골 한 명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봤다. 8달러짜리 피자를 1주일에 한 개씩 10년간 주문한다고 치면, 단골 한 사람은 4000달러짜리 고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점장은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두루뭉술한 주문 대신에 "여러분은 4000달러짜리 고객에게 피자를 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구체적인 언어가 직원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고, 고객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졌다.
저자는 독자들이 쉬우면서도 현실적인 경영학서를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유명 영화 등을 인용해 독자들이 재미있게 마케팅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한다. 한국마케팅학회장. 한국소비자학회장 등 다양한 경력을 통한 실 경험담을 책에 잘 담아 설득력을 높인다.
「방한림 전」
여성영웅소설 「방한림전」은 19세기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며 작자 미상이다. 조선시대에 쓰였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이다.
주인공 '방관주'는 명나라 북경 유화촌에서 어느 관리의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터 행동이 늠름하고 글재주가 뛰어났다. 부모가 일찍 죽자 가문을 지키기 위해 남자 행세를 하고 과거를 치러 장원급제를 한다. 여러 재상이 그를 사위 삼으려고 탐낸다. 병부상서 서평 후의 막내딸 '영혜빙'도 방관주와 맞선을 봤다. 영혜빈은 상대방이 여자인 걸 첫눈에 알아차린다. 그러고도 결혼을 감행한다. 평소 '남편의 통제하에 사느니 평생 혼자 살겠다'라고 생각해서다. 방관주라면 평생지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두 사람은 잉꼬부부로 지냈고, 방관주는 오랑캐를 무찌르는 공도 세운다. 그는 죽기 전 왕에게 진실을 고백하는데, 왕은 그의 능력을 높이 사서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도록 한다.
남자보다 능력이 뛰어난 여자,남장,동성혼. 지금에도 파격적인 일이다. <방한림전>은 여성들의 사회적 성취와 양성평등을 향한 욕망을 드러낸 작품이다. 가부장적 사회 체제의 질곡을 가장 심각하면서도 급진적으로 문제 삼은 작품이다.
남장은 오늘날 사극드라마에서도 자주 활용하는 장치다. '청춘월담' '연모' 성균관 스캔들' 등에서 여자 주인공은 조선시대 여성에게 가해지던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으려고 남장을 택한다. 이런 이야기가 여전히 공감을 얻는 것은 백 년이 훨씬 지난 현대에도 성적인 차별 등 여전히 자신이 원하은 삶을 살기 위해 세상의 편견이나 모순과 맞서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라고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서 유래했다. 빵과 장미는 각각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장미는 무엇일까.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성별의 차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차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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