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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창작

'고별',하이든 교향곡 45번

by 제로 마인드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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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사라지는 연주자들

마지막 4악장에서 감미로운 선율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주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현악기의 섬세한 터치와 호른의 장대한 울림이 어우러지면서 격한 감정을 나타냅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면 느린 템포의 선율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에와 호른 연주자를 시작으로 단원들이 차례로 연주를 멈추고 자리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무대에는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만 남게 됩니다. 급기야 지휘자 마저 자취를 감추고 그들만 남아  가냘프고 처량한 바이올린 선율로 무대를 마무리합니다.
 

악보


매일 열린 궁정 음악회에 지쳐  향수병까지 앓는 단원들을 보며 휴가를 보내달라는 '하이든의 묘책'이었습니다.
하이든이  이 독특한 구성의 교향곡을 발표한 데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가문의 궁정 오케스트라를 이끌던 1772년 경 유난히 하이든의 음악을 좋아한 후작은 오스트리아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뜬 별궁을 짓고 손님을 초대해 성대한 음악회를 거의 날마다 열었습니다.
 
별궁에서의 생활이 1년이 넘어가자 악단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향수병을 앓는 연주자가 늘어나자 하이든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 음악가의 신분은 귀족의 즐거움을 돋우는 역할이 고작인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악단의 수장으로서 단원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후작에게 함부로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유로 탄생한 작품이 교향곡 45번 '고별'입니다. 마지막 4악장에서 단원을 차례로 퇴장하도록 연출한 무대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매일 열린 궁정 음악회에 지쳐 향수병까지 앓는 단원들의 고단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후작은 연주에 담긴 속뜻을 알고 단원들의 장기휴가를 허가했습니다.
단원을 생각한 하이든의 진심이 담긴 작품인 만큼 오늘날에도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자가 자리를 뜨는 퍼포먼스가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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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오스트리아, 1732~1809) 의 교향곡 45번 '고별'
 

단조 교향곡인 이 작품은 격정적이면서도 서글픈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밝은 음색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이 주로 사용된 하이든의 여타 작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1악장에서는 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현악기의 진행과 길게 이어지는 오보에의 선율이 무거운 긴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강한 터치와 정돈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기법 )으로 살아나는 현악기의 열정적인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2악장은 느린 악곡으로 서정적인 선율과 애수가 어우러진 잔잔한 울림이 특징입니다.
 
3악장에서는 우아한 분위기의 도입부를 지나 과감한 셈여림 표현이 두르러 집니다. 역동성이 살아나는 구간입니다. 
 
매우 빠른 펨포로 시작하는 4악장에서는 현악기의 섬세한 터치와 호른의 장대한 울림이 어우러지면서 격한 감정을 나타냅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면 느린 템포의 선율이 등장합니다. 잠시 후 단원들이 차례로 연주를 멈추고 자리를 떠기 시작합니다.
이때 첨차 옅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음과 울림 변화에 집중한다면 작품 특유의 쓸쓸한 정서를 온전히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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