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그러면 세상도 함께 웃어줄 것이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되리라 -엘라 휠러 윌콕스- <고독.> 중
'웃음은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동물이 발명했다.'는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입니다.
이 웃음은 전염되는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1962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기숙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렸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전염병 발병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병의 증세가 이상했습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터지기 시작한 웃음은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그칠 줄 몰랐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웃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 황당무계한 것은 이 '병적 웃음'이 옆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학교는 두 달 반 만에 문을 닫아야 했고,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이 웃음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2년 반 동안 무려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이 병을 앓게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의 웃음을 유발하는 영역이 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지목된 영역은 전두엽(frontal)입니다. 전두엽은 사회적 행동이나 감정적 판단, 의사소통 등을 관장하는 영역으로서 고등동물일수록 발달한 영역입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전두엽 하단이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 폴 에크먼박사는 입 꼬리를 위로 올리고 억지라라도 웃는 시늉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1주일 동안 웃는 횟수를 조사해 보면 그중에서 유머나 재미있는 상황 때문에 웃음이 터진 경우는 10~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웃음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행위 |
메릴랜드 주립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은 근처 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대화 도중 웃는 상황 중에서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때문에 웃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며, 대부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가장 많이 웃는다고 합니다.
결국 상대방에게 친밀감이나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워 웃는 것이지, 농담을 주고받아야 웃음이 넘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웃음은 이성 관계를 위한 사회적 신호 |
웃음의 성격이나 빈도가 이성과 함께 있느냐 혹은 동성 친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현격히 달라집니다.
남성과 여성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1.3배 더 많이 웃는다고 합니다. 이성과 대화할 때 남성은 여성을 웃기려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여성이 더 많이 웃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성들은 '유머 감각이 있는 여자' 보다는 '잘 웃는 여자' 혹은 '웃을 때 예쁜 여자'를 이상형으로 자주 꼽는 반면, 여성들은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성인 남녀의 미팅에서 그들의 대화를 분석했는데, 여성들은 마음에 든다고 표시한 남자 앞에서 더 많이 웃었으며. 남성들은 자기가 한 이야기에 많이 웃어준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웃음에 대한 반응과 이용 |
미국 코넬 대학의 연구소에서 여성과 남성이 웃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며 웃음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알아보기 실험을 했습니다. 우선 남녀 피실험자에게 다양한 웃음을 들려준 뒤 호감도를 조사했습니다. 조용하고 가벼운 웃음소리에서부터 발을 구르고 뒤로 넘어가는 박장대소까지 다양한 웃음을 들려준 후 이 중에서 사귀고 싶은 사람의 웃음소리는 어떤 스타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결과, 노래를 하는 듯한 높은 톤의 여성 웃음소리는 모든 사람에게 큰 호감을 주었으며, 코를 킁킁거리면서 웃는 폭소나 소리가 넘어갈 정도의 큰 웃음은 남녀 누구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웃음소리가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소리를 통해 자신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려고 노력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웃는 방식이 다르다 |
동 연구소에서 웃음이 남녀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성이나 동성 친구, 혹은 낯선 사람과 한 방에 들어가게 한 다음 로맨틱 코미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맥 라이언이 레스토랑에서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흉내 내는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웃었을까요?
누구와 함께 들어갔느냐에 따라 웃는 방식 | |
여자들 (+남성) | 같은 여자와 함께 영화를 볼 때보다 더 많이 웃었음 |
여성들(+일면식도 없는 남성) | 더 크게 웃음^^ |
남자들(+남자 동료) | 가장 크게 웃었음 |
남자(+낮선 남자,여성) | 웃음소리가 작았음 |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해석될까요? 웃음소리가 사회적 신호이며 남자와 여자가 인간관계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듯 웃음을 이용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고 설명됩니다.
남자들은 크게 웃거나 소리치는 모습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자들 앞에서 자제하지만, 남자들 사이에선 커다란 웃음이 서로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남자 동료들과 있을 때는 크게 웃는 것입니다.
반면 여자들은 자신의 웃음이 낯선 사람이나 남성과 함께 있을 때 방안에 감도는 어색함이나 긴장을 깨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남자와 함께 있을 때 특히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크게 웃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웃음은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입니다.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 |
웃음에 대한 생리학적인 연구들이 밝혀 낸 핵심연구 결과는 한 마디로 '웃음은 명약이다'라는 서양 속담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웃음은 15개의 안면근육을 동시에 수축하게 하고 몸속에 있는 650여 개의 근육 가운데 230여개를 움직이게 만드는 '자연적 운동'이며 몸의 저항력을 키워주는 명약인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 의대 리버크 교수팀은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의 혈액과 한 시간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 후 의 혈액을 비교하였더니,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 후 세균에 저항할 수 있는 백혈구의 양은 증가하고, 면역 기능을 둔화시키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졸의 양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자주 웃는 사람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훨씬 강하다는 결과입니다.
인간은 언제 웃는 것일까? -우월성 이론. 모순 이론 |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플라톤 이래 수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한 '우월성 이론'입니다.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실수나 결점을 발견했을 때 혹은 뭔가 모자라는 듯한 행동을 보게 되면 웃는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홉스도 '웃음의 감정은 타인의 약점을 자신의 약점과 비교해 우월함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갑작스런 승리감에 불과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개그맨이 영구나 맹구 캐릭터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도하는 방법도 이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한편 '모순이론'에 따르면 논리적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린다고 합니다. <개그 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뒤통수 치는 반전'이 바로 이를 이용한 것입니다.
예상외의 허탈한 결말이 웃음을 자아내는 '허무 개그'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되는 것입니다.
웃음이 명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이 웃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과학적인 분석에 의하면 결과는 그 반대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하워드 프리드만 교수는 광범위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렸을 때부터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긍정적인 사고가 때론 '지나치게 작동해' 모험을 즐기는 일에 과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많이 웃고 많이 사랑하고 사는 것이 수명과 관계없이 삶의 중요하고 가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철학, 이론은 잘 모르겠고, 웃음을 내게 꼭 맞는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하는데 이용하거나, 선택 후 함께 행복하게 사는 무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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