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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지식

근로 시간제 개편안의 문제점 및 각계의 입장과 해외 사례

by 제로 마인드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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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월 6일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으며 그 실효성과 각계의 반응 및 해외 사례를 차례로 정리해 봤습니다.

근로자

근로시간 개편안의 내용

 
1. 연장근로시간 확대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 ×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행
주 52시간제 (주 40시간 +연장근로 주 12시간)
개편안. 연장 근로 추가 선택지
총량 월(1개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1년)
52시간 140시간 250시간 440시간
주평균 12시간 주평균 10.8시간 주평균 9.6시간 주평균 8.5시간
*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분기 90%,반기 80%, 연 70%)
주당 최대 69시간 근로 가능
*하루 24시간-11시간(연속휴식보장)-1.5시간(4시간 마다 30분 휴게시간)=11시간 30분
* 11시간 30분x 주6일(휴일 제외)=69시간

 

2.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추가 근로시간을 모아놨다가 노동자가 원할 때 연차 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MZ 노조 협의체인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는 "있는 연차도 제대로 못 쓰는 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3. 선택 근로제 확대

 근로기준법 52조는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주 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2021년 도입률은 6.2%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합니다. 모든 업종의 정산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립니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합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서는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에 정부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습니다.

 

근로시간 개편안 실효성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의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되면서 장시간 근로가 더 심해질까 걱정이 됩니다. 야간, 휴일, 연장 근로시간을 적립했다가 휴가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습니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점검하고 개편안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주 69시간까지 근로시간이 길어 질 것이라 우려

고용부는 "새로운 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반드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당은 "분명한 것은 노사 간에 합의가 안 되면 이 제도를 운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작 근로시간을 결정해야 할 근로자 대표의 정의와 역할, 선출 절차에 대해서는 현재 규정된 것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표성 없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다수 근로자의 의견에 위배되는 근로시간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도 조만간 다양한 직군의 근로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민주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근로자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 확립이 근로시간제 개편의 선제조건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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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정확한 근로시간,관리가 선제 조건

정부는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몰아서 쉬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상사 눈치가 보여서 휴가를 못 가는데 '제주 한 달 살이' 같은 장기휴가는 '화중지병(畵中之餠)"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 근로자 휴가 사용률을 보면 과장된 의견만은 아닙니다. 2021년 문체부 조사 결과 17개 시도의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5,580명의 연차 휴가 사용률은 76.1%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도 초과근로를 하면 보상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보상휴가제)가 운영 중이지만 이 이용률도 낮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거나 미약한 중소 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측이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 지급 대신 근로자시간저축을 전면 도입하고 실제로는 휴가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초과 근로시간을 적립해 보상휴가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려면 구체적인 운영기준이 세워져야 하고, 무엇보다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이를 2~3년 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그런 의무가 아직 없습니다.

 

3. 근로시간 유연화는 시기상조.....장기적으로는 MZ 근로문화 확산에 대비 제도 바꿔야.
 

현재 한국의 근로 현실을 감안할 때 개편안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용부가 이번 개편안에 참조했다는 유럽의 경우 프랑스, 영국, 독일의 주 최대근로시간은 48시간에 불과합니다. 독일의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1349시간으로 한국보다 500시간 이상 짧습니다. 이렇듯 유럽과 비교해 장시간 근로가 일상적인 한국에서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섣불리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노동환경이 바뀌었고 근로자마다 원하는 근무 스타일도 다릅니다. 그런 선택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앞으로 MZ세대가 대거 노동시장에 유입되면 이런 근로문화는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근로시간 개편안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4. 중소기업의 입장

중기중앙회는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그동안 중소기업현장은 극심한 구인난과 불규칙한 초과근로로 중소제조업체의 42%가 여전히 제도 준수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도 일몰 되면서 중소기업현장은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정부 개편안으로 연장근로 단위기간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졌다"면서 "납기준수와 구이난 등의 경영애로가 상당 부분 해소될것"이라고 환영했습니다.

 
해외의 경우

 
주요국 대부분은 '1일' 또는 '1주' 단위로 연장노동시간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월 단위로 제한하는 일부 국가도 있지만, 허용하는 연장노동시간은 한국보다 훨씬 짧습니다.

규제 단위 1일 국가(최대 근로시간) 네덜란드.싱가포르(12시간), 벨기에.중국(11시간)
규제 단위 1주 국가(최대 근로시간) 영국.덴마크.스웨덴.캐나다(48시간)
그외 핀란드(4개월 138시간, 1년 250시간), 일본(1개월 45시간, 1년 360시간)

한국 정부의 개편안과 가장 비슷 한 제도를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입니다.(한국 1개월 52시간, 1년 440시간) 
일본은 "통상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급증한 경우"에만 노사 합의를 전제로 1개월 100시간(6개월 초과 불가), 1년 720시간까지 연장노동을 허용합니다. 미국은 연장노동시간 규제가 아예 없습니다.


 
싸늘한 여론과 정부의 보완검토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국민(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4.3%가 근로시간 개편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찬성 응답은 35.7%에 그쳤습니다.
 

반대 이유
* 비정규직인 경우, 오히려 고용이 불안정해진다.(38.2%)
* 과로로 건강을 잃는 노동자가 늘어날 수 있다(24.5%)
* 주 69시간 근무로 보장된 휴가를 제대로 쑬 수 있을지 의문이다(22.2%)
찬성 이유
*유연한 근무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40.1%)
* 현행 제도로 근로자들 부업률이 놓아졌다(19.3%)
* 주 52시간으로 인해 물량을 못 맞출 때가 있었다(9.6%)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자  윤대통령은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정부안 보완을 지시했습니다.
향후 정부·여당은 여론 수령을  기반으로 현행 주 52시간에서 60시간 사이에서 최대 근로시간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통령실에서 문제 제기한 대목인 연장근로에 따른 장기휴가 보장방안도 추가해 새로 정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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