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에 전시 중이든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작품은 흰 벽에 은색 테이프로 바나나 하나를 붙여 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이 바나나(작품)의 가격은 무려 12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에 달합니다.
사건의 전말
미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이 전시 중이든 작품 '코미디언'의 바나나를 먹어 치우고 껍질만 다시 붙여 놓았습니다. 왜 바나나를 먹었냐는 질문에 학생은 " 아침을 안 먹어 배가 고파서 먹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 먹고 난 바나나 껍질을 붙여 놓은 것도 또 다른 작품이라 생각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그냥 훼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술철학 분야의 오래된 논쟁인 '예술작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리움미술관도 바나나를 먹은 학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새로운 바나나를 다시 붙여 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바나나의 수난
작품 '코미디언'이 처음 예술계에 등장한 것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입니다. 이 전시회에서 작가 카텔란은 동네 채소가게에서 30센트를 주고 산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고 전시를 했습니다.
당시에도 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먹어 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때에도 아트바젤 측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새 바나나로 작품을 교체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매자가 산 것은 바나나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인증서이고, 이 인증서는 언제든 바나나를 벽에 붙일 수 있다는 작품의 가치를 부여 받은 증서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바나나가 예술작품인가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다시 붙여 놓은 대학생은 미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학을 전공하는 이 학생은 '샘'과 '코미디언'이 과연 예술작품인가 하는 논쟁을 공부했을 것이고, 2019년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를 알고 이를 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 작품 논쟁을 알리려고 의도적으로 한 행위로 보입니다.
미학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예술철학 입니다. 이 예술철학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지속되어 오고 있는 주제가 '예술작품은 무엇인가'입니다. 1917년 다다이스트인 마르셀 뒤샹이 평범한 소변기에 '샘(fountain)'이라는 작품명을 부여하고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시작된 논쟁입니다.
☞ 다다이즘(Dadaism) :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일어나 1924년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반이성, 반도덕, 반예술을 표방한 예술 사조이자 실존주의. 반문명, 반전통적인 예술 운동으로 기존의 모든 가치나 질서를 철저히 부정하였다. 이를 신봉하는 자들을 다다이스트(Dadaist)라고 한다.
여러분 바나나, 변기 등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작품을 실행하고 전시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것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술 철학적 논쟁은 그냥 계파 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신었던 나이키 신발과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신발의 가치는 누가 결정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조던보다 제가 훨씬 더 잘생기고 인격도 고매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신발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저와 같을까요?
리움미술관리움 (leeum.org)
아트바젤 마이애미Art Basel Miami Beach
샘 (뒤샹)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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