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방어가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죄가 안되려면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고 자신을 찌른 사람을 발로 차서 제압한 경우도 폭행죄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품 구매도 늘어나는데 이것 또한 잘못 사용하면 과잉방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정당방위에 대해 알고 넘어가야겠습니다.

형법 제21조 정당방위

①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③제2항의 경우에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세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1항의 5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일 것(현재성과 부당성)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개인의 법익 보호)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상당성)

 

1. 그 침해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여야 합니다.

현재의 침해에 한하기 때문에 장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침해나 이미 끝이 난 침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이 이미 끝나버린 침해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법의 판단의 차이입니다.

 

1) 정당방위의 침해의 현재성 판단의 대표적 판례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4.08.13선고( 2014고단444)

■피고인이 새벽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다 피해자(도둑)을 발견. 주먹으로 수차례  얼굴을 폭해하고 넘어뜨림. ◆피해자인 도둑이 넘어진 상태에서 도망을 하려 하자 피고인인 집 주인은 피해자의 뒤통수를 수회 가격함. 거실에 있던 빨래 건조대로 피해자의 몸통 등을 수회 때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 피해자를 가격함.

법원은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인 집주인을 법정에서 구속하였습니다.

■자신의 집에 절도범이 들어와 물건을 훔치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음의 폭행은 현재의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부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한 방위행위가 인정됩니다.

◆그러나  저항을 못하고 도망만 가려고 하는 피해자에 대한 계속된 가격행위는 방위의사를 넘어선 것으로 본 것입니다. 즉, 현재의 침해행위가 끝이 난 후 행한 가격행위는 폭행으로 본 판결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결을 보면  피고인 집주인의 행위는 현쟁의 부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한 방어행위로 볼 수가 있습니다. 도둑이 도망가다가 다시 흉기를 들고 덤벼 들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에 침해상황을 완전히 제압하려고 한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3.04.27 선고(2020도6874 폭행)에서 침해의 현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침해의 현재성'이란 침해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를 의미한다.

■일련의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2) 흉기에  찔린 후 발차기

2023년 5월 대전의 편의점 주인 A씨는 자신의 가게 앞에 술이 취해 자고 있는 B 씨를 깨우다 허벅지가 칼에 찔리는 봉변을 당합니다. 다시 다가오는 B를 피해 도망가려고 하나 찔린 허벅지 때문에 움직임이 여의치 않자 발로 차 B 씨를 넘어뜨렸습니다. 이후 한 번 더 발로 찬 후 칼을 뺏었습니다.

 

최근 검찰로부터 '상해 사건 피의자'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칼을 뺏는 과정에서 B씨를 발로 찬 두 번째 행위가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죄'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경우 정당한 방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까지만 하고  흉기를 다시 휘두르기 전에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제압이 가능하다면 참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여야 합니다.

1) 합법적인 상대방의 행위에 대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정당방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2)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란 법률상 보호되어야 하는 모든 이익을 말합니다. 따라서 생명, 신체, 권리, 명예, 재산 등 그 내용을 묻지 않습니다.

3) 방위하기 위한 행위: ①위법 부당한 공격이나 침해를 배제하거나 저지 또는 격퇴시키기 위한 반격행위를 말합니다. ②반격은 공격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고 제3자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③방위 행위를 하는 방위자에게 방위의 의사나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예) 甲이 乙을 해칠 목적으로 칼을 들고 덤볐는데 이때 乙은 甲의 공격을 인식하지 못하고 甲을 보자 지난 복수심으로 몽둥이로때려 중상을 입혔고 나중에 甲이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 정당방위가 아니라 폭행죄가 됩니다.

 

3.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위 행위여야 합니다.(상당성)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법원의 판단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방위행위가 현재의 침해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법규정은 타당해 보이나 그 기준을 세우는 법원의 판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발차기 사례처럼 흉기를 들고 거리낌 없이 사람을 찌르는 자의 칼을 뺏기 위해 한 행위를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판단은 인정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상대방의 침해나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서의 방위행위가 당시의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사회 통념상 필요하거나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합니다.

■방위자에게 도주나 피신 등과 같은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도 정당방위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논란)

■반격 행위가 침해 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반드시 비례하거나 균형을 갖추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논란)

☞그러나 지나치게 과도해서는 안됩니다. 예) 흉기를 소지하지 않고 절도를 하는 70대 노인을 보고 몽둥이로 가격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행위는 과잉방위가 됩니다.

 

4.형법제21조 제2항과 제3항

■정당방위에서 방위의 정도가 지나쳐서 법률이 요구하는 조건인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즉 '과잉방어'가 된 경우에 대해서는 일단 범죄가 성립됩니다. 그러나 상당성을 초과한 방위를 하게 된 사정을 참작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제2항)

■과잉 방어 행위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방위자가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하여하게 된 때에는 적법한 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보아 벌하지 않습니다.(제3항)

 

정당방위는 없다, 36계가 상책

이상으로 정당방위의 개념과 성립요건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먼 나라의 이야기로 생각되었든 일들이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일상생활 터전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를 생각해야 하는 일들이 없어면 좋겠지만 미리 어느 정도의 법적인 지식과 판결의 기준 등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붑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자동차 운전을 하다 시비가 붙을 경우 남성으로부터 많은 가해를 당해서도 방어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으로 쌍방폭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움은 선방이든 후방이든 때렸든 맞았든 거의 쌍방폭행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억울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술을 배우서 다툼이 일어나면 맞기보다 많이 때리면 되겠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고, 가능하면 다툼은 참고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억울해서 혼내 주고 싶어도 36계 줄행랑이 최상책으로 보입니다.